올해엔 새해 아침을 덕유산에서 맞았습니다. 새벽부터 추운날씨를 뚫고 힘겹게(?)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랐지만, 나름대로 부지런 함으로 새해를 맞이해서 뿌듯합니다.
6시가 되기도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곤돌라를 타기위해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참, 부런들도 하지. 그중에는 아이젠등으로 완전히 겨울산행준비를 마친 전문 산악인도 있었고, 줄줄이 배낭형 카메라 가방에 삼각대를 장착한 사진 동호회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우리처럼 그냥 해돋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이었고.
원래 계획은 곤돌라를 내려서, 20분거리에 있다는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했으나,
1. 와이프가 날씨에 맞게 충분히 방한준비가 안되어서 너무 추워했고,
2. 이미 우리보다 먼저 정상으로 출발한 사람들이 많아서 정상에 올라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기가 힘들것 같고,
3. 갑자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냥 곤돌라 내린곳에서 해뜨는걸 보기로 했다.
아직 해가 뜨지않았거니와 구름과 안개로 뒤덮힌 곳을 뚫고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라..
담에는 올때 손전등을 가져와야 겠다. 뭐 어두어서 앞도 잘 안보인다. 우측하단에 저분 머리에서 등산용 렌턴을 부착하고 있다. 음…저런게 필요하군.
드디어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가 어느방향에서 뜰지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았지만 대략 밝아오는 방향을 가늠해보니 이곳에서 해뜨는걸 보긴 힘들것 같았다. 그냥, 눈내린 덕유산 풍경이나 찍어보자…장갑도 안가져와 손은 시리고 오랜만에 여행이라 준비가 영 부실하다.
오오~~ 해가 뜨려는 것인가, 저멀리 지평선이 노랗게 변하고, 다행히 자욱하던 안개도 잠시 사라져 시야가 좋아졌다. 안개 넘어로 보이는 산자락들이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다.
음. 방금 지나가는 빨간 점퍼는 뭐지, 산신인가…어두워 셔터 스피드가 늦어지니까,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잘려나간다. 그나저나 곧 해가뜰것 같은데 정면에 돌지붕위에 두세명의 무리가 있는곳이 조용하니 자리잡기 좋겠다.
(참고로 저곳은 식당이고 아침에 저곳에서 떡국을 먹었다. 나름 괜찮은 새해맞이 아닌가. 내년에 이곳으로 오실분들은 식사하지 않고 오셔도 되겠슴다.)
다들 해돋이에서 소원을 빈다. 올해는 건강하고, 자식들 공부잘하고, 등등등….
앗. 이곳에서도 해가뜨는게 보인다. 이런 재수가. 서둘러 삼각대 설치하고 기념사진 찍고 난리법석이다.
채 5분도 안되서 구름사이로 다시 모습을 감추는 병술년 새해 첫 해돋이를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바라보고 있다.
해가 구름속을 사라지자 다시 안개가 몰려왔다. 워낙 높은 고지라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한번씩 뒤덮으면 엄청 어두워진다. 해가 사라지자 하산하는 곤돌라에 서둘러 오르기 위해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다시 긴 줄을 만들었다. 새해를 바라보면 마음을 넓게 가지려 했으나, 5분도 안되 다시 치열한 현실로 돌아옴이다.
이 와중에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언제가 다시 나타날 태양을 기다리는 스나이퍼 같은 슈터가 보인다. 해가 사라지자 마자 뛰듯이 곤돌라로 향하는 우리들과는 다른 여유를 가진 분인것 같다.
우리가 있었던 산정상쪽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서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곳은 1500m가 넘는 고지이고 여기서 곤돌라로 약 15분가량 국내 최장 거리를 올라가야 한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상으로 복귀하겠지만 올해는 좀더 성숙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