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여정은 Eden까지 가는 길, NSW의 거의 남쪽 끝자락 까지 가는 길이다.
200킬로의 거리에 2시간 40분의 소요시간이다. 이정도면 하루 이동거리로는 아주 널널한 편이다. 아침에 일찍 이동하면 점심때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오후는 여유있게 주변지역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가이드 사이트의 자동차 여행 추천 일정은 보통 하루의 운전거리는 200~300킬로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차 위로 서리가 내렸다. 텐트에도 살짝 서리가. 깊은 숲이라 그런가? 날씨는 좋았는데도 아침에는 바다안개가 걷히면서 서리로 변하는건가 생각해 봤다. 텐트를 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다시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 큰 텐트외피를 어떻게 접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은 그냥 대충 반으로 접은 다음에 다시 반으로, 거기서 다시 반으로 접어서 대충 사이즈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접어나갔다. 하지만 텐트 외에도 펼쳐놨던 이불, 에어메트, 노트북, 아이스박스, 기타 전선 등등 정리해서 다시 차에 넣고 나니 샤워를 해야할 정도로 몸이 땀에 젖는다. 아침 운동으로는 충분한 듯 싶기도 하고.
하지만 건너면 캠핑 트레일러를 보니 은근히 좀 부럽긴 하다. 훨씬 간단히 정리하고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밤에도 좀 덜 무섭고, 소음도 차단되니 조용히 잘 수도 있고. 사진에 어렴풋이 보이는 캠핑 트레일러가 여행기간중 가장 많이 보이는 스타일중의 하나인데 대략 가격을 찾아보니 30,000불대. 으윽, 좌절이다. 돈 많이 모아서 은퇴하면 그때나 한번 고려해 볼만할까? 게다가 트레일러를 가지고 있으려면 주차장이 하나 더 있어야 하니 반드시 땅집 하우스에 2카팍이 준비된 후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
남쪽으로 쭉 내려가다가 이쁜 시골마을 Tilba에 잠시 들렀다. 100여미터 정도의 도로 양쪽으로 상가들이 모여있는게 이 마을 중심지의 전부다. 빵집도 상점도 전부 하우스(가정집) 처럼 생겼다. 다만 입구에 사진처럼 간판이 있을뿐.
보석가게도 카페도 모두 가정집 스타일이다.
간단한 버거는 10불정도로 가볍게 들러 점심을 먹고 갈 수 있는 곳이다. 호주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에 Thai Chicken Burger를 판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하지만 학교 근처 버거집에서 먹어봤을때는 꽤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치킨 버거였던거 같다.
이런 길 100여 미터 좌우로 아담한 가게들이 쭉. 시골마을 한가운데 이런 동네가 있다는 것도 참 신기. 우리 처럼 꽤 여러 사람들이 (대부분 여행객) 이 마을에 잠시 들러서 구경도 하고 이동네에서 직접 생산하는 치즈나 쨈 같은것을 사가기도 했다.
이 작은 시골마을은 주유소도 아담하다. 무연휘발류 138.8센트, 리터당 약 1400원 조금더하는 정도. 시골로 또는 오지로 들어갈수록 기름값은 계속 올라가고 조금이라도 큰 마을이나 도시로 나올수록 기름값은 내려간다. 도시에서 보조기름통에 기름을 가득채우고 그걸로 시골마을은 그냥 통과하는게 기름값은 줄이는 방법이 될것 같다. 아니면 리터당 20키로 이상 달릴 수 있는 유럽산 디젤 승용차를 구입하던지.
마을 입구에 있던 조그만 Bed & Breakfast는 말그대로 숙박과 아침이 제공되는 숙소. 호주에서 첨 들어본 숙소의 한 형태였는데 한국의 민박같은 개념인것 같은데 한국의 민박처럼 저렴하지는 않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여튼 이 마을은 B&B도 아담하다.
둘째날 목적지인 Eden은 비교적 일찍 도착해서 그 지역의 가장 중심지역에서 식당을 찾아 Fish&Chips로 점심을 먹었다. The Great Southern Inn이라는 Pub이었는데 동네가 바다 근처라 2층 높이의 식당인데도 발코니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하면서 대도시 지역을 벗어나면서 부터 동양인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 졌는데, 이 식당에서 들어서자 사람들이 우리(동양인)을 힐끔 힐끔 구경하기 시작한다. 애들이고 어른이고 마찬가지다. 대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눈길이다.
호주에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시골지역은 아직 99.9% 호주 토박이들의 세상인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로 영어목적의 유학오는 친구들은 최대한 시골마을로 가는것이 영어를 늘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인듯 싶다.
어제 숙소에서 핸드폰이 안됐던게 기억나서 오늘은 마을 중심지역을 벗어나기 전에 거리 벤치에 앉아 인터넷으로 다음날 숙소를 찾아보고 예약신청을 한다음에 숙소로 이동했다. 비록 3G는 안되어서 엄청 느렸지만 그래도 핸드폰이 안되는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숙소는 Eden 시내에서 멀지않은 비치에 위치한 Twofold Bay Beach Resort 다. 어제와 같은 BIG4 체인의 캐러반 파크인데 이름은 Beach Resort라고 거창하게 되어 있었다. 지도에 파란점이 우리가 텐트를 친 장소. 이번 캐러밴 파크는 지난번 보다 제법 커서 입구에서 텐트칠 장소까지 찾아가다가 한번 길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수많은 캐러밴 트레일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가족단위로 놀러온 가족들이 많았다. 비치가 가까워 수영이나 낚시를 즐기며 한적하게 쉬긴 역시 최적인 동네다.
오늘 일정은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우린 3시쯤 일찍 도착했고 이미 어제 한번 텐트를 쳐본 경험도 있어서 나름 능숙하게 텐트를 설치하는데 텐트칠때 텐트를 땅에 고정하기 위해 쇠막대를 박아야 하는데 이게 손으로 눌러서 박기엔 좀 쉽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이 때 맞은편에서 이미 캐러밴과 타프를 완성하고 쉬고있던 아저씨가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꼬맹이 아들을 통해 자신들의 망치를 가져다 주는게 아닌가. 덕분에 손쉽게 쇠막대들을 막을수 있었다. 그 아저씨의 망치는 그냥 집에서 쓰는 장도리 였는데, 오늘도 뙤약볕속이라 땀을 뻘뻘 흘리며 텐트 치는게 힘들어 보였나 보다. 텐트용 망치를 우리도 하나 장만해야 앞으로 텐트 생활이 좀 편할것 같다. 근데 망치를 빌려준 남자 꼬맹이는 아치 동양인은 첨 봤다는 멍한 얼굴로 다가왔었는데 외국인들도 어릴때부터 국제적 감각을 잘 익혀야 편협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자라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시아로 여행을 가본다거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본다거나. 대도시에서도 꼬맹이들을 싣고 가는 버스속의 아이들은 동양인들을 보면 여전히 신기해 한다. 손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기도 하는데, 백인들만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살면서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애들로서는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이 곳 캠핑장은 수영장이 꽤 큰 편이라 폭염속에 텐트설치를 마친 우리는 수영장에서 두시간쯤 물놀이로 더위를 식혔다. 예닐곱살로 보이는 꼬맹이들이 물개처럼 수영장을 누비는 것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나의 오늘 수영장 목표는 물속에 머리는 담그는 훌련으로 정했다. 워낙 물과 친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지라 물속으로 머리를 입수하는 것 자체가 힘든 몸이다.
그렇게 수영장에서 잘 놀고 텐트로 돌아왔는데 해질녘이 되자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텐트외피를 날려버리고 이너텐트 마저 바람에 날려갈 판이었다. 이날 우리는 텐트가방에 남아있었던 10여개의 밧줄과 쇠막대의 용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텐트를 다시 고정하고 추가로 남아있던 밧줄을 텐트 외피에 연결해서 사방으로 당겨서 추가로 고정시켜주었더니 그제서야 텐트는 바람에도 견디는 제대로된 설치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밧줄이 4개가 남았는데 결국 그것들도 다음번 텐트 칠때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방향으로 다 써먹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밧줄과 쇠막대를 다 이용해서 설치했을때 우리 텐트는 강풍에데 견디는 강한 텐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날 우리처럼 텐트가 일부 바람에 해체되어서 다시 고정하는 망치소리를 어두워지고 나서까지도 캥핑장에서 계속 들을수 있었다.
캠핑장에서 비치로 연결되어 있는 길은 장 정리되어 있었다.
해질녘이라 비치에는 낚시하는 사람만 한팀정도 볼 수 있었고 바다에서 노는 사람들은 사라진 후였다. BTW, 이렇게 수영장도 있고 공동 취사시설도 있고 개인별 화장실/샤워부스도 있고 게다가 비치는 1분거리에 있는 ‘리조트’를 일박에 40불로 즐길수 있다는 것은 캐러밴 파크 캠핑장만의 최고 장점인듯 싶다. 앞으로도 호주에서의 여행은 비행기타고 호텔로 가는 것보다는 차로 운전해서 캐러밴파크에서 지내는 방식이 될 듯 싶다. 훨씬 저렴하지만 꽤 괜찮다.
벌레들이 텐트로 몰리지 않도록 텐트에서 2미터쯤 떨어진 곳에 렌턴을 켜놨다. 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모든 정리를 끝내고 텐트앞 접이식 의자에 앉아 커피한잔 마실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여름이지만 시원하고 파도소리 들리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파크라 안전도 걱정없고 일상을 털어내기엔 캠핑만한게 없다 싶다. 원래 호주가 공기가 좋아 하늘에 별이 많긴 하지만 시드니에 살때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밤에 밖에 나오는 일도 적고 늘 밤이면 인터넷을 하거나 PC나 TV앞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캠핑장에서 밤이되어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정말 문자그대로 하늘에 빽빽히 박혀있는게 쏟아질듯 싶다. 어매이징이라고나 할까. 너무 환상적이라 꼭 사진으로 찍어보고 싶었는데 쏟아질듯한 밤하늘의 별은 어떻게 해야 찍을 수 있는걸까. 쉽지 않다.
삼각대 없이 테이블위에서 90도 하늘을 향해 DSLR 자동설정중 최대값인 30초 장노출로 그나마 하늘의 별을 찍어보았다. 실체 밤하늘도 계속 보고 있으면 별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사진도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와서 계속 보고 있으니 그날 밤처럼 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인다. 표현의 한계로 인해 별이 먼지처럼 보이고 그 숫자도 실제보다 훨씬 적게 찍혔지만 조금이라도 그때 느낌을 담아보고자 했다.
모기를 쫓아 준다는 조그만 양동이에 든 초를 발밑에 켜 놓으니 꽤 효과가 있다. 그 벌레많은 숲속 캠핑장에서도 모기가 거의 안물린다.
그런데 순탄한 우리 여행은 이 날을 마지막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들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