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도 온천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와이프가 얼마나 기뻐했던지, 멜번지역 여행을 하면서 이곳 Mornington Peninsula에 있는 온천을 빼놓긴 힘들었다. 오전에 이곳부터 먼저 방문. 붉은색의 저 온천 마크를 이곳 호주에서 보니 좀 반갑기도 하다.
온천 입구엔 이곳에 대한 설명과 근처 관광정보 책자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온천 내부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촬영이 불가한 관계로 정말 볼거리를 소개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온천이 발달하지 않은 서양의 문화를 고려할 때 사실 별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입장한 이곳 온천은 단순히 당일 입장의 경우에는 입욕비가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내부도 한국이나 동남아 온천을 고려할 때 그다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정말 호주의 특징중 하나인데)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따듯한 탕, 뜨거운 탕, 매우 뜨거운탕, 물색갈이 다른 몇개의 다른 탕들 있고, 아이들 용과 어른용으로 깊이가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약간 숲을따라 올라가면 이색적인 이름이 붙은 또다른 탕들이 있다. 자연동굴처럼 만들어진 탕도 있고, 대리석으로 장식된 터키식 습식사우나와, 나무로 만드어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식사우나도 있었다.
드물게 보는 온천과 사우나였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탕과 사우나를 모두 이용해 주고 나와서 전동안마의자에 기본요금을 넣고 안마까지 받고 나오니 몸에 결리던 것이 싹~ 사라지고 피로가 쫙~ 풀리는 것이 대박이다. 왠지 멜번이 또다시 좋아지는 순간이다. 멜번에 산다면 가끕식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멜번 근처에 사시는 분에게는 강력 추천이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한 분은 http://www.peninsulahotsprings.com/ 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제 어제 점심을 먹고 잠시 둘러봤던 Sorento에서 페리를 타고 Queenscliff으로 건너간다. 차로도 갈 수 있지만 차로 가려면 다시 북쪽으로 한시간 반을 멜번까지 올라간다음, 다시 한시간 반을 내려와야 한다. 배로 건너가면 약 12킬로정도 거리로 시간은 30분정도 걸린다. 대신 차를 싣고 사람 2명이 함께 페리를 타면 뱃값은 좀 나온다. 대신 그만큼 시간을 아끼고 기름값도 아끼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사진에 보이는 배가 우리가 타고갈 페리. 배 뒷쪽에 열린 문을 통해 차들이 들어간다.
페리를 기다리며 선착장을 둘러보는데 요상하게 생긴 클래식 카들이 한둘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옆으로도 또다른 올드카들이 페리에 오르기 위해 줄줄히 이어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건너가는 동네인 Queenscliff에서 호주 올드카 연례 모임이 있어서 전국에서 올드카 애호가들이 모이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차는 1930년대에 만들어진 차라고 한다. 특히, 사진 중앙에 보이는 차는 올드이지만 타이어를 보건데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탄탄한 타이어처럼 보인다. 엔진도 예전것 그대로 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힘과 스피드를 보여줄 것임에 틀림없다.
역시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호주인들, 뭐랄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올드카 매니아는 엄청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나 생각할 수 있는 취미, 내지는 아직 국내에서 매니아 층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영역이지 싶다.
차량 내부도 간소하지만 매우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어느 한 차주의 호의로 내부를 구경하고, 집사람은 한번 살짝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주행한것은 아니고 그냥 한번 앉아보는. 근데 내부가 정말 고급 가죽으로 되어 있었나 보나, 시트가 백팩에 기스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하는걸 보니.
Sorento선착장에서 낚시하는 꼬맹이를 뒤로하고 바다를 건너 새로운 땅으로 출항한다. 비록 30분 거리의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호주에서 낚시는 정말 대중적인 취미중의 하나다. Beach Going, Camping, 그리고 다음이 Fishing이라고나 할까. 근데 호주는 대도시 바다도 물이 맑고 바다와 강이 대도시에 인접해 있어 낚시하기에 조건이 꽤 좋다.
Queenscliff로 잘 건너와서 그곳에서 멀지않은 Marcus Hill에 위치한 Big4 캐러밴 파크에 도착했는데, 마치 홍수가 날것만 같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텐트를 칠 요량으로 텐트 사이트를 예약해 둔 상태였지만 이래서는 도저히 텐트를 칠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내린 비로 인해 우리가 시드니로 돌아간 후 일부 Victoria 지역의 고속도로가 꽤 오랫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폭우로 고속도로가 밀려내려갔다던가 뭐라든가). 여튼 급하게 지붕이 있는 숙소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이곳에서 열리는 올드카 모임 행사때문인지 모든 캐빈이 전부 예약이 끝난 상태이고 이 곳 파크에서 가장 비싼 캐빈만 오직 하나 투숙가능한 상태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아이폰으로 기상예보를 보니 내일 새벽에도 계속 되는 천둥번개와 폭우. 다른 숙소를 찾아갈 엄두도 안나 울며 겨자먹기로 오늘 하루만 럭셔리 캐빈에 묵기로 결정했다.
텐트장 5일쓸 돈으로 빌린 럭셔리 캐빈 주변.
이런 방에서 다시 잘 일도 없을 터라 사진만 잔뜩 찍어왔음.
사진에 보이는 넓은 잔디가 전부 텐트칠수 있는 캠핑사이트인데 전부 약간씩 지대가 낮게 만들어져 있어서 저기다 텐트 쳣으면 완전 수중전 될뻔 했음. 캠핑사이트중에는 왠만큼 비가와서 텐트 주변으로는 물이 빠지게 만들어져 있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왜 이렇게 물이 빠져나갈 고이게 만든건지.
저멀리 올드카 매니아들이 캐빈마다 파킹하고 있는 모습도 보임. 오늘 저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캐빈은 전부 자리가 없었음.
숙소 정하고나서 해지기 전에 한시간 가량 남은 시간동안 근처의 Point Lonsdale 지역에 있는 등대주변 구경에 나섰다. 안내판에 의하면 1852에 만들어진 곳인가 보다. 미국도 비슷하지만 호주도 역사가 짧아 과거 유산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200년 내외가 한계다. 국내에선 천년전의 유물도 많긴 하지만 이런 문화유산들이 관리되는 방식을 보면 호주는 200년된 것들을 만년쯤 된것처럼 관리한다. 그저 보수잘하고 청소잘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즐겨 찾고 함께할수 있도록 안내도나 설명서 관광청 호페이지 연계등이 잘되어있다. 그리고 옛것들을 함부로 부수지 않고 철저하게 유지한다.
등대 주변은 참으로 이쁜 바다다.
호주에서 물맑은 것은 어딜가나 한결같다.
해저무는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 한명 목경.
사실 이바다는 절대 잔잔한 바다는 아니다. 제법 중장한 파도가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하지만 파도는 낮은 해안지대앞에서 부셔져 해안가 깊숙한 곳으로는 그저 잔잔한 파도만 들어온다. 저 낮은 곳으로 산책하는 기분은 정말 색다를 것 같다.
멋진 바다다.
바다를 지키는 오래된 등대.
바다를 향해 쭉 뻣어 있는 제티와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해.
바다에서 육지로 본 모습 그리고 등대와 노을. 사실 여기를 돌아나닐때 계속 비가 조금씩 내리고 바람도 꽤 불고 있었는데 의외로 사진엔 전혀 그게 안나오네. 이 당시의 바다가 마냥 낭만적이기 보다는 비바람 속에 우산들고 삼각대 세우고 사진찍은 모습이 조금은 추례해 보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