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Falls Creek 스키장으로 눈구경을 나섰습니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GPS를 찍어보니 약 100Km정도 떨어져 있군요.
호주에 오고 나서 거리 감각이 점점 시골스러워지나봅니다. 왜 시골에 가면 ” 가까워 좀만 걸어가면돼” 하면 걸어서 30분, 한시간씩 가야하는 그런 개념있잖아요…..예전 한국에 있을 때 서울 집에서 보광피닉스 까지 갈 때마다 너무 멀다고 툴툴거리면서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약 150Km정도 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교통상황이나 그런게 모두 다르긴 하지만요…
한참 평원 길을 달려 Falls Creek 스키장이 자리잡은 Alpine National Park 지역으로 들어오니 경사와 커브가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10미터를 똑바로 가는 길이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 호주의 스키장…을 생각했을 자연설이 펑펑 내려서 쌓여 있는 광경은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립공원 두번째 계곡 입구에서 반드시 snow chain을 장착하라는 말을 가볍게 무시해주고 차를 달렸습니다. 사실 맞은편에서 배달트럭 같은 것들도 꽤 많이 내려오고 있었고 작은 승용차들도 막 올라가고 있었거든요.
그냥 인공강설 좀 뿌려주고 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요…..거다란 양치식물 잎위에 눈이 좀 씩 쌓인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산불로 불탄 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보이더니
완전 눈밭이 나왔습니다.
차 위에 눈 쌓인 거 보이시나요?
잠시 갓길에 차를 대고 사진을 찍으며 눈구경을 하는데 하늘에서 눈이 펑펑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주 잠시, 약 5분도 안되는 정도로 내린 눈이었지만 호주에 와서 처음 맞아본 눈입니다.
눈구경 한참 해주고 다시 차를 달려
Falls Creek 입구에 다 왔습니다. 저 행렬은…네….Snow Chain을 검사 받는 줄입니다. 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보니 스키장에 snow chain없이 출입하면 벌금이라더군요. 장착은 안해도 트렁크에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스키장은 구경도 못하고 눈만 실컷 구경한채 씁쓸히 차를 돌려야만 했습니다.
눈이 오면 제일 신나는건 강아지와 애들이라지요?
썬그라스 안 쓸때 저렇게 꽂아 놓으니 편하더군요.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불과 30분전에 눈을 맞고 구경을 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풀들이 새파랗습니다.
원래는 오후에 Albury를 나가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긴 여행 끝에 내일이면 집에 간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나 봅니다. 온몸이 다 아프고 그냥 피곤한게 꼼짝을 하기 싫더군요. 오후 내도록 그냥 텐트에서 뒹굴거리며 다운받아간 드라마와 책을 보면서 여행의 마지막날을 즐겼습니다.
드디어 Back home입니다. 시드니까지는 그냥 고속도로로 쭉 달리면 됩니다.
Goulburn 의 주유소에 서있던 거대한 양입니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거대 양의 습격” 이 생각나더군요. ㅎㅎㅎㅎ
캔버라를 지나자 차위에 스키며 보드를 매단 차들이 줄줄이 늘어섭니다. 주말을 맞아 스키장을 다녀오는 차들인가 봅니다.
고속도로의 주말정체와 함께 시드니로 돌아가고 있다는 실감이 부쩍 나네요.
드디어 겨울 road trip 여행기가 끝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좀 더 준비해서 갔으면 혹은 이렇게 스케쥴을 짜봤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역시 2주가 그다지 길지는 않구나 아니, 오히려 아들레이드까지 여행을 하면서 다니기에는 짧은 시간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지만 아마 9월도 되지 않아 다음 여름 여행 계획을 짜며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