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 시드니 렌트 5번째

호주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렌트구하는 사람들로 동네마다 북적인다. 대게 토요일 오전에 오픈 인스펙션을 통해 집을 구경하고 맘에들면 어플라이를 하면 담주에 부동산과 집주인이 협의해서 렌트를 허할 한팀을 선정해서 알려주게 되는 절차다.

호주와서 벌써 다섯번째 렌트를 구하게 됐다. 전세제도가 없다보니 이래저래 자주 옮기게 되는것 같다. 첨부터 잘 알아보고 안정적인 곳에 집을 잘 구해서 오래사는게 이사비도 안들고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 듯 하다.

때로는 회사가 바뀌면서 이사를 하기도했고, 때로는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해서 쫓겨나기도 했다. 특히 6개월만에 렌트비를 최대치까지 올려받더니 1년만에 자기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Rhodes 아파트에서 쫓겨난 경험은 최악이었다.

3번째까지 렌트 구하면서 생각난 점들은 예전 블로그에 적어온게 있다.

시드니 렌트 구하기 세번째

4번째 렌트는 지금 살고 있는 Cammeray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이고 Neutral Bay 근처로 시드니 부촌중 한곳. 회사를 옮기면서 직장가까운곳으로 옮긴다는 한가지 이유에 충실하게 선택한 지역으로 이때도 집구할 때 엄청 고생했다.

4주동안 매주 토요일에 Mosman, Neutral Bay, Cammeray 주변 지역에서 하루에 거의 10곳을 인스펙션을 다녔다. 동네를 모르고 분위기를 모르니까 여기저기 다 다녀봐야 했고, 어플라이를 해도 부유한 백인들이 주로사는 지역에 낮은 연봉의 동양인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집은 어플라이를 했는데 우리가 선택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됐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주에 보니 다시 렌트구한다는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냥 어플라이 한 후보들중에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한주 렌트비를 포기하고 한주더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그 집이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빤이 보이는 바로 옆 아파트인데 당시에는 좀 충격이었다. 우리가 그정도도 안되는 것이었던가라는 자괴감? 지금 생각해 보면 집주인 입장에서도 렌트비 미루지 않고, 집 깨끗하게 써주는 사람들 낙점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 본다. 

진짜 호주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산다는 건 여러가지 불편함이 많지만, 조금 익숙해지니 좋은점도 많았다.

첫번째 단점으로는 렌트비가 비싸다. 낡은 집도 비싸다. 동네 상점도 비싸고, 식당도 비싸다. 부촌으로 이사를 오는것 이런면에서보면 해선 안될 일인것 같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많이 불편하다. 이곳에 오기전까지 거의 버스를 타는 일이 없었는데 기차가 없는 이곳에 살면서 시드니 버스에 완벽 적응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기차가 오지 않는 동네에 사는 버스타기를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 참고로 호주사람들은 기차역이 있는 동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로 기차가 가는 지역은 우리같은 초보 외국인들이 좋아하고 어수선하고 그많큼 사건/사고도 많다.

시드니 지역별 범죄율 지도 참조

호주사람들이 주로 사는 노스지역 아파트들은 대체로 비싸지만 오래되고 구조가 정말 않좋다. 한국에선 상상이 안되겠지만 부엌은 전기쿡탑에 전기보일러, 종종 공용세탁기 사용 (여러가정이 별도의 세탁실에 비치된 하나의 세탁기를 같이 쓴다. 우리 세탁기는 작은방에 조용히 보관중). 엘리베이터는 엄청 느리고, 가끔 문이 안닫히거나 아예 작동을 중지하기도 했다.

가까운 상가는 15분쯤 걸어가야되고, 한인마트는 당연히 없다. 주말마다 장보려면 20~40분 운전해서 쇼핑센터를 가야하고 한번가면 일주일치를 사와야 한다.

집주면, 동네, 근처상가, 근처 공원 어딜가도 동양인은 우리뿐이다.

좋은 점이라면, 동네가 안전하고, 조용하고, 이웃들이 친절하다. 길거리에 소위 말하는 고급차(BMW, Audi, Benz, etc)가 그냥 밤새 주차되어있다.  이런 고급차가 두집건너 한집씩 있는 식인데, 주자장도 물론 있지만 그냥 길가에 주차한 차들이 너무 많아 우리차는 그냥 대놔도 상대적으로 아무 걱정이 안될 정도.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자동차 보험료를 일부 환급받았다. 동네가 안전해서 보험료가 낮아져 차액을 돌려받은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첨봐도 참 잘 웃고, 인사도 잘하고, 시시한 이야기지만 말도 잘 걸고, 앞서가는 사람은 꼭 뒷사람이 따라오면 문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타면 나중에 타는 사람을 위해서 층수를 물어보고 대신 버턴을 눌러주고, 헤어질때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잘자라’, ‘주말 잘보내라’ 등등 인사도 해준다. 이럴때 내가 서양에 살고 있구나 생각되다가 가끔 동양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가면 첨보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 달라 조금 놀라기도 한다. 표정이 지쳐있거나, 상대방을 훑어보며 경계하거나, 무조건 일단 깔아보거나, 무표정 내지는 화난표정이거나. 특이한건, 이런 지역에서 만나는 많은 서양인들은 우리에게 그들이 늘 하는 환한미소, 인사, 말 걸어주기, 배려를 하지 않고, 꽤나 무시한다. 이럴때 마다 여러가지 생각하게 된다. ‘사는곳을 정할때 이웃들이 어떤사람인가가 참 중요하구나’.

지금 사는 아파트는 50년된 곳이지만 아파트 대표자 모임이 있어, 이 모임을 중심으로 아파트 관리를 어찌나 잘하는지 벌레도 적고, 항상 깨끗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수선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 대표들이 나서서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을 보게되면 먼저 인사도 해주고 어려운일 있으면 찾아오라고 하면서 아파트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처음 이사들어갔을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어찌나 말을 걸고 인사를 하던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반대일때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회사를 옮기는 일이 아니였다면 들어올 일이 없었을 동네에 들어와 장단점을 모두 겪었는데, 이제 시드니에서 다섯번째 이사는 우리가 살아본 중에는 시드니와서 가장 외곽인 Hornsby로 가게됐다.

솔직히 이번 이사의 가장 큰 이유는 렌트비를 아끼가 위한 것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였다면 지난 1년간 모든 불편함은 이미 다 적응되었고, 공기좋고, (쿠가부라가 베란다까지 날라온다는건 엄청 환경이 좋다는 의미. 보통 국립공원에 가야 볼 수 있는 새임), 안전하고, 배려있고, 친근한 장점이 너무 큰 장점인데다 사실 시티까지 버스로 10분밖에 안걸려서 출퇴근도 너무 편해 아마도 이곳에 계속 살았을 것이다. 여유가 되는 경우라면 겁먹지 말고 노스지역으로 들어가 살아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본다.

이번 렌트구하기도 쉽지는 않았는데, 수주에 걸쳐서 알아보고 방문해 본 지역이

– 지금 살고 있는 지역 주변
좀 깨끗한 집은 비싸고, 아니면 너무 낡았고.

– 노스 시드니에서 혼스비까지 이어지는 역세권 전부
위와 같은 이유로 탈락, 주변 학군이 좋다는 이유도 있고, 그래선지 전부 부촌이고.

– Dee Why, Manly 북동쪽 바다 가까운 지역
역시 싸지는 않고, 외국인이 적고, 시티까지 버스가 1시간 걸린다는 점이 아쉬움.

– 예전에 살았던 Maedowbank, Rhodes
렌트가격이 예전 살았던 때보다 너무 올라서 패스. 동네를 이미살아 봐서 너무 잘알고, 공원도 크고, 강도 가깝고, 교통도 편하고, 쇼핑도 편하고, 한인마트도 있지만, 인종구성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뀐점은 렌트비 오른것에 비해서 단점이라고 해야할지.

– Masfield, Macquarie
나무많고, 공원많고, 나름 조용해서 좋았는데, 다만 대학주변이라 젊은 학생들이 많은게 조금 신경쓰이고, 버스로 시티까지 약 50분정도 걸리는 점이 조금 아쉬움.

– Panaia, Revesby
소개로 알게된 지역인데 직접 가보니 전철로 시티에서 40분, 깨끗한 하우스 위주의 조용한 동네라 맘에 들었는데 새로 나오는 깨끗한 집이 너무 없어서 이곳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게 아쉬움.

– Hornsby (정확하게는 Waitara)
결국 처음 후보지였고 결국 집을 구하게된 곳. 시티에서 전철로 40분,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대형 쇼핑몰 있고, 근처에 한인마트도 있는 곳.

바다바람 불어오는, 녹지로 둘러쌓인 동네에 살다가 아파트로 둘러쌓인 지역으로 들어가려니 첨에는 적응이 잘 안되었지만 결국 편리함이라는 강한 장점에 희망을 걸고 최종 선택. 

매번 이사할때마다 지금 살던 곳이 좋고 새롭게 옮겨가는 동네들은 어색하고 싫게 느껴지지만 또 살다보면 잘 몰랐던 장점들을 알게되면서 점점 지금 사는곳이 좋아지게되는 과정을 반복해 왔던것 같다.

이번 렌트 아파트는 정말 운좋게 7층, 북+동향 코너집을 상대적으로 주변시세에 비해서 비싸지 않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건 꽤나 운이 좋았다고 밖에, 물론 와이프가 정보검색끝이 인스펙션을 약속을 통해서만 진행하는 곳과 약속을 잡았던 것이 주요했다.

잼있었던 것은 이번 렌트는 얻게된 아파트 관리소 아주머니와는 집을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됐는데 두번째 봤던 집이 너무 맘에 들어서 당장 deposit을 넣고 싶다고 농담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집보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그자리에서 어플리케이션 작성하고, 미리 USB에 담아간 첨부서류들도 사무실 PC를 이용해서 바로 출력해서 서류를 제출했다. 관리소 아주머니가 월요일날 집주인과 통화해보고 연락주겠다고, 너희가 99% 선택될거다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우리는 솔직히 렌트 어플라이하고 맘 졸이며 월요일까지 기다려야하고 또 혹시 모르니 다른 아파트 전부 어플리케이션 써서 넣고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여러가지로 우는 소리를 했더니, ‘그럼 지금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함 불어봐줄까’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럴수 있겠냐고 했더니 1분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바로 집주인과 통화, ‘여기 정말 나이스한 커플이 집을 보려왔는데 ….’ 1분후에 우리에게 돌아와서 하는말이 ‘Yes’.  나랑 와이프는 거의 환호성을 질렀다.

보통의 경우에는 이런 유도리가 없는게 서양문화 같지만 의뢰로 대화를 하다보면 유도리가 생기는게 사실은 이곳문화인것 같다. 영어가 서툰 외국인들에게 유도리를 잘 안보여주는게 함정일뿐. 결국 이런스토리로 인스펙션한 그자리에서 집주인으로부터 오케이받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디파짓 송금하는 것으로 이번 렌트구하기는 완료.

좋은 집을 그것도 너무 기분좋게 얻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이번 렌트구하기를 통해서 몇가지 생각하된 된 점

– 의외로 많은 집주인이 10불 20불 높게 써내는 신청자보다 믿을만한 신청자를 더 원한는 점. 그런 의미에서 잘 준비된 첨부서류는 매우 중요하다. 1순위는 아무래도 Ledger (지난 렌트비 납부 영수증 – 부동산에서 발급해줌). 2순위는 튼튼한 직장. 그리고 어쩌면 제일 강력한 것일수도 있는데 부동산 에이전트과의 교감. 다시말해 인스펙션 갈때 옷도 단정하게 입고, 현장에서는 프랜들리 한 예의있는 (호주 기준의 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 마지막으로 중요한것은 반드시 들어가고 싶다는 모습, 1착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제출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듯.

– 한국인이라서 렌트구하기에서 유리하다.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우리에게 집을 주고 싶어한 에이전트가 있었고 (이집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에 구한 집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점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한국의 위상이 이만큼 좋아진 것인가 싶어 내심 고맙기도.

– 베란다가 엄청 넓은 1층 아파트를 보고 왔는데, 같이 인스펙션 했던 호주가족이 말하길 예전에 비슷한 곳에서 살았는데 앞쪽으로 2번 뒤쪽에서 2번 주거 침입을 당했다며 아파트가 짱이라고. 사실 그때가지만 해도 50:50이던 그 집에 대한 내 생각을 95:5 로 돌려놓았음. 역시 하우스나 타운하우스에 살려면 완전 조용한 동네가 아니면 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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