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공항(Chengdu Airport) 환승
일단 스루체크인이 안된다. 단, 부치는 짐이 없으면 트랜짓 파스로 바로 갈 수 있어 입국후 재출국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나처럼 부치는 짐이 있으면 입국후 재출국해야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청두환승은 최소 3시간이상, 성수기라면 4시간이상 잡는게 좋을 듯 하다.
시드니 공항에서 나갈때 체크인 카운터에서 스루체크인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때부터 맨붕시작. 환승시간이 2시간쯤 된다고 이야기하니 걱정스런 눈빛을 던지면서 온라인에서 미리 체크인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단다. 그리고 줄이 짧은 아무 부스나 찾아서 줄을 서도 된단다.
청두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이패드로 온라인 체크인 시도하는데 다음화면으로 안넘어간다. 웹사이트에 문제가 있는건가 생각하며 집에있는 와이프에게 전화해 데스크탑으로 처리를 부탁. 그 와중에 아이패드 화면이 다음단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데스크탑이 안정적일거란 생각에 와이프에게 체크인을 부탁하고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다. 뭔가 티켓처럼 생긴 이메일을 기대했는데 텍스트로된 잘 등록되었다는 내용만 몇줄 날아왔다. 이게 아닌가 싶어 이메일을 다시 받았지만 결과는 동일. 결국 원래 이게 다 인거다. 어쨋든 체크인 되었다니 믿어보기로 하고 이제는 청두공항에 도착하면 달리는 일만 남았다.
시드니에서 청두가는 비행기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마치 예전 시골가는 시외버스 분위기. 러기지로 생닭을 갖고 타지않는게 이상할 정도.
블로그에서 읽은것과 같이 기내서비스는 고만고만. 식사는 중국향이 좀 나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듯. 많은 사람들이 코맨트했던 아침식사로 나온 죽은 반밖에 못 먹었음. 스튜어디스나 주변 여행객들이 다짜고자 중국말로 하는건 시드니에서도 종종 겪는 일이라 그려려니했지만 난 영어로하는데 계속 중국말로 말하는 옆자리 승객은 살짝 당황. Do you live in Cheongdu? 했더니 No English란다. 이게 마지막 대화였다.
매번 중국말로 음료를 권하는 스튜어디스에게 매번 Hot tea를 달라고 했는데 매번 두세번씩 물어본다. 세번째 Hot Tea를 달라고 또 ‘뭐라고?’ 하는 표정을 지을때는 쫌 심하다 싶었다. 이제 좀 알만도 한데. 참고로 ‘뭐라고?’ 표정은 외국인의 Sorry? 하고는 다르다. 그냥 너 뭐라는 거냐? 이런 느낌.
중간중간 좀 흔들렸지만 무난하게 청두까지 비행했고 좀 있으면 착륙하니 핸드폰을 꺼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계속 좌석에 설치된 개인 스크린으로 보던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는듯해서 뭐지하고 창밖을 보니 랜딩했다. 이렇게 수면마취하듯 의식하지 않은채 랜딩한 것은 비행기 타본중에 최초인듯. 랜딩시 영화 안끄는건 좋은 아이디어다!
이제부터 이번 여행에 최대 난제 청두환승. 비행기에 내리기 직전에 매번 Hot Tea를 못알아듯던 스튜어디스에게 환승객은 Transit 표시를 따라가면 되냐고 방송에 나왔던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니 그렇다고 한다. 분명히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비행기를 내리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냅다 달려 버스에 꾸겨지듯 탑승. 버스는 공항을 거의 한바퀴 다돌아서 완전히 반대편에 내려준다. 이미 랜딩하고 30분 가까이 지난듯하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니 Transit과 Immigration으로 길이 나뉜다. 종전의 방송과 스튜어디스의 말대로라면 한산한 Transit으로 가면 되지만 아무래도 못미덥다. 수화물을 찾으려면 Immigration쪽으로 가야할것 같았다. 입국심사장에는 중국인 부스 4개와 환승 외국인전용 무비자 부스 한개가 있었다. 분명 트랜짓 서비스가 없다고 했는데 이건 뭐지? 외국인부스에는 심사관이 없어 일단 중국인부스에 줄을 섰는데 잠시 있으니 내 뒤로 줄이 한참이다. 혹시라도 뭔가 잘못되서 맨뒤로 다시 줄을 서야 한다면 대박 낭패가 확실하다.
잠시 기다리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10여명 외국인 부스에 줄을 섰다. 물론 부스에 직원은 아직 없는 상태. 마침 내가 선 줄의 맨 앞에 있는 외국인 여자 두명의 입국을 거부당하고 툴툴거리는 표정으로 외국인 부스 맨 뒤로 줄을 섰다. 이건 좀 불안한 신호다.
내 뒷자리 중국인에게 손짓으로 ‘잠시만’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방금 입국 거부된 두명의 외국인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가 본 그대로였다. ‘그래도 일단 한번 시도해보고’라는 말을 남기로 내자리로 돌아와 여권과 비행기 E-Ticket을 손에 꼭쥐고 어제 블로그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이 두가지 서류만으로 입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기를 기원하며 입국심사대에 섰다.
완전 불쌍한 표정으로 ‘나 한국으로 환승하는데 비행이 시간이 촉박해’라고 말하니 젊고 굳은 표정의 중국 입국심사관이 알수없는 표정으로 한참 E-Ticket을 보다가 ‘여기 너 이름이 없어’라며 E-Ticket을 내게 내민다. 머리가 쭈뼛선다. 여정표가 뚫어져라 서치해서 작게 프린트된 내이름을 마치 대학입시때 난이도 높은 수학문제를 푸는 심정으로 찾아내 여기있다며 다시 건네주었다. ‘그니까 니 비행기 시간이 빠듯하다는 거지’라며 꽤 유창한 영어로 내게 되물어보며 입국심사 도장을 꽝꽝 찍어준다. 어찌나 고맙던지 순간 그 젊은 심사관이 좀 잘생기고 영어도 잘한다고 여겨졌다.
어느 블로거는 이 입국심사를 통과하는데 한시간이 걸렸다고 했던걸 생각해보면 난 운이 되게 좋은것같다. 자 이제 다음 단계는 역시나 위험요소가 많은 수하물 찾기. 중국공항에서의 수하물 처리는 매우 엉성하다는 이야기가 많았기에 여전히 마음이 급하다. 수하물에서 1착으로 나오는 짐은 같이 타고온 승무원들의 수하물. 내게 엉뚱한 답변을 해줬던 승무원이 자신을 짐을 찾아서 유유히 사라지는걸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언제나 내짐이 나올지 다시 집중해서 쏟아져 나와는 가방들을 눈으로 쫓는다. 이런 대박! 승무원 짐들 다음으로 바로 내 가방 2개가 연이어 미끄러져 나온다. 얼른 접어들고 검색대를 통과해서 성도공항 국제편 Gate를 빠져나왔다. 자 이제 남은건 다시 출국 심사를 받고 보딩패스를 받는 절차다. 시간은 한시간 반정도 남았으니 아주 불안한건 아니지만 여전히 ‘될때까지 아직 된 건 아니니까’ Departure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 달려간다.
시드니 공항에서 가이드 받은대로 온라인 체크인은 되어있는 상태지만 에어차이나 이코노미 카운터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 옆에 레드카펫이 깔린 비지니스 카운터에는 한명이 수속을 밟고 있다. 이대로 이코노미 부스에 줄을 서면 30분은 족히 걸리듯 하다.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며 다시 눈치를 보고 있는데 비지니스 부스가 비었다. 부스로 다가가 다시 한번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이미 온라인 체크인은 했는데 발권만 해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흥쾌히 그러란다. 덕분에 표도 받고 짐도 부치고 빠르게 출국심사장을 들어갔다.
다시 출국심사줄에서서 기다리며 눈치를 살피는데 다른 사람들 손에는 노란 종이가 들려있다. 이건뭐지? 난 입국할때도 그리고 지금도 아무런 서류를 쓴 적이 없는데 내 뒤로 줄이 점점 길어지고 출국심사대에서 몇명의 외국인이 퇴짜를 맞고 나와 구석에서 노란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우연히 내 뒤편에 있던 대머리 외국인에게 출국 하려면 노란 종이 작성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입국할때 받은 종이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될게 없단다. 난 입국할때 아무것도 안썼다고 하니 트랜짓할거면 문제될게 없을 거라고 한다. 엉성한 공항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니 공항마다 시스템은 다 다르다며 어쩔수 없다는 표정이다. 여전히 불안한 맘으로 출국심사대에 서니 ‘어디서 왔니?’, ‘어디가니?’ 간단한 질문을 하고는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이번에도 한번에 통과. 이제 슬슬 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방검사도 줄이 좀 있지만 엄청 길지는 않다. 너무 정신이 나간 상태라 X-Ray에 가방 통과시키면서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 지갑, 동전을 그대로 가지고 몸 스캔 하러 들어갔다가 퇴짜맞고 나와서 뒷사람들 민폐 끼치며 호주머니 물건을 다시 X-Ray에 넣는데 노트북, 아이패드, 한국서 입금할 돈이 든 가방은 이미 저쪽으로 넘어가있다. 서둘러 몸 스캔 통과. 이젠 내 핸드폰, 지갑이 아직 반대편에서 넘어오지 않은 상태. 잠시 기다리니 없어진 물건 없이 핸드폰 2개랑 지갑, 그리고 동전이 건너왔다. 휴~ 드디어 출국 성공.
2시간 가까이 극도로 긴장했던 마음을 추스리고 탑승구로 이동해서 시계를 보니 탑승 40분전. 이렇게 심장 쫄깃한 청두공항 환승을 마치고 다시는 적어도 이공항에서 환승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내릴때랑 마찬가지로 탑승할 비행기까지 공항 셔틀로 10여분을 달려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연휴때 청두 경유로 프랑크푸르트 다녀왔는데 그정도로 빡빡한건 아니었던것 같네요
제가 갔을땐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1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성수기때도 2시간정도로 충분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