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자랐지만 많은 서울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산이 바다보다 더 가까운 동네애서 살다보니 일년에 한번 바닷가 구경하기 힘든 날들을 보냈다.
수영장을 마지막으로 가본게 고등학교 2학년땐가 학교에서 단체로 가본걸 끝으로 바닷울에 몸담근 건 신혼여행가서가 그 다음이었다. 덕분에 물은 극도로 무섭고 괌에가서 다이빙도 실패하고 몰디브에가서도 스노클조차 엄두를 내지못하고 살아왔다.
어쩌다 보니 수영장보유 가구수가 가장 높다는 퍼스에서 살게 됐고 우리집 뒷뜰에도 9미터짜리 수영장이 있다.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약 1.6m. (사실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수심이 2 m쯤 된다고 생각했다. ) 내 키로는 발을 딛고 숨쉴 수 없는 깊이다.
처음에는 집 수영장에서도 가슴높이 이상으로는 구명조끼를 입고서도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쪽으로나 숨을참고 2~3미터만 가면 벽을 잡을 수 있기때문에 성인이 물에빠져 죽기는 쉽지않은 곳이지만 물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공포스러운 곳이었다. 나는 구명조끼를 입어도 절때 발이 땅에 닿지 않은 곳으로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몇번 풀에 들어가다보니 이 집에서 이사나가기 전에 수영이나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 늘 그렇듯 이론부터 정리했다.
시작하기전에 나의 수영목적은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는 영법을 배우는 것. 그래서 언젠가 주워들은 ‘평형이 가장 효율적인 영법’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평형부터 배우기로 했다.
가장 도움이 됐던 유튜브는 Loverly Swimmer 이현진 님의 평형 배우기 시리즈 물. 가장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잘 구분되어 있고 동작도 정확하게 촬영되어 있어 공부가 많이 됐다.
초보자가 생각하는 수영을 배우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 물과 친해지기
일단 나처럼 물에 대한 적응력이 없고 겁이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수영을 배우겠다고 덤비기보다 그냥 물에 들어가서 걸어도 다니고, 구명조끼입고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숨참고 잠수도 해보고 하면서 몇일 물과 익숙해지는 단계가 필요하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뜨지, 숨은 어떻게 쉴까 등등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게 된다.
- 물에 뜨기 – 부력을 몸으로 이해하기
일단 뜨고 나면 사실 가라앉기가 더 힘든것처럼 사람몸은 물에 뜨게 되어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면 바로아래에 숨쉴수 없는 곳에 떠있다는 점. 그래서 뜨기를 익혀야 한다. 사람몸이 어느정도 뜨는지, 어느부분은 잘 뜨고 어느부분은 자꾸 가라앉는지 몸으로 느끼면 된다.
흔히들 몸에 힘을 빼라고 하지만 그건 익숙해지면 저절로 빠지는 것이고, 몸을 수면과 수평이 되게 떠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들면 머리를 들면 다리가 가라않기 쉽기 때문에 머리를 푹 담가야 한다는 것. 인체구조상 가슴에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뜨려하고 다리는 가라앉으려 하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몸의 밸런스를 맞춰서 수영하는 내내 수평을 만들 수 있도록 뜨기를 연습해야 한다. - 물에서 호흡에 익숙해지기
다음단게로는 물에서 호흡하는 법. 소위 말하는 “음~ 파”를 연습하는 것이다. 입으로 짧고 강하게 들이쉬고 물속에서 잠시 참았다가 천천히 코로 내쉬는 것. 이것을 꽤 익숙해 질때까지 연습해야 수영에서 숨쉬기를 쉽게 배울 수 있다. - 영법배우기 – 나의 경우는 평형
아래 유튜브를 기본으로 다양한 동영상들을 보며 거의 매일 일과후 5시부터 한시간 가량 두달쯤 놀면놀면 연습했더니 이제 15~20미터는 갈 수 있게 됐다. 발이 땋게 닿지 않는 물에도 들어갈 수있게 됐다. 두달전이었으면 작은 2미터 웅덩이에 빠져도 패닉하고 허우적거리다 익사했을 텐데, 지금은 그정도는 어렵지 않게 빠져 나올수 있을듯 같다.
아래는 교본으로 사용한 이현진의 평형 배우기.
평형 발차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칫 혼자하다보니 그냥 개수영이 되는 경향도 있는데 근본원인중 하나가 발차기가 제대로 안되서 추친력이 없어서 인것 같다는 자체 분석이다. 지금도 여전히 추진력 좋은 발차기에 집중하면서 연습하는 중이다.
몸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주는게 요령. 물의 저향을 최대한 줄여야 잘 나감. 처음에는 몸을 일직선으로 만드니 침몰하는 배처럼 옆으로 굴르기도 하고 동양상처럼 그냥 되는게 아니였음. 자꾸해서 감을 알아야 됨.
발차기를 무리하게 해서 그런지 가끔 무릅에 통증이 있는 경우가 발생. 나이많은 초보자는 너무 세계차지말고 물을 느끼면서 살살 차주는게 좋을 듯.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차야지만 추진력이 잘 나오고 평형 전체가 쉬워짐. 요령을 익히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래 발차기를 연습해야 함.
오십견인지 오른쪽 어깨가 많이 불편해서 팔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물 먹지 않으려고 팔을 무리하게 세게 사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숨쉬기 타이밍과 요령이 늘어나면서 팔돌리기를 최대한 힘을빼고 슬슬 하려하고 있다.
또하나 평형에서 어려운 포인트인 발차기 타이밍. 이전 단계인 발치기, 팔돌리고 숨쉬기가 익숙해 지지 않으면 타이밍 연습이 잘 되지 않는다. 천천히 단계단계 연습하는게 요령.
글라이딩후에 팔돌리기만으로 머리를 물바깥으로 충분히 빼서 숨을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저게 난 절때 안된다. 어깨가 안좋아서 팔 돌리기를 충분히 힘있게 못해서 더 안되는듯.
그냥 포기하고 한번차고 글리이딩, 두번째 살살차면서 얻은 추친력과 가벼운 팔돌리기를 함께해서 쉽게 숨쉬기. 요런식으로 일단은 연습하는 중.
나이가 좀 있다면 동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똑같이 하려고 하기보다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너무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수영하는 방법으로 연습하는게 좋을 듯.
다른 유투브에서 할머니가 동네 수영장에서 평형하는 것을 봤는데, 발을 쎄게 차지도 않고 팔돌리기를 힘차게 하지도 않고 그저 슬렁슬렁, 하지만 요령있게 잘 하시더만. 결국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것도 중요한 듯.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니 어릴때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뭔가 배웠고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뿌듯함도 느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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