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분들을 위한 써머리 영상.
2021-12-19 일요일
730킬로 가까이 되는 먼 여정이라 새벽 4시에 기상, 바나나와 우유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4시 반에 퍼스를 출발.
퍼스 동쪽의 구릉지대는 아침에 달리는 차에서 보니 온도가 9도 가까이로 한여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 춥다. 내륙지방은 역시 밤에는 춥고 낮에는 더운 패턴. 사람들이 바닷가에 도시를 형성하고 모여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여름인지라 4시반인데 이미 동쪽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어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가야되나 하는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아침해가 서서히 올라오는 퍼스 동부 구릉지대는 짙은 아침안개로 종종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여행의 느낌이 좋았다.
아침시간이 새들이 도로 주위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종종 도로 가운데에 어슬렁 거리거나 달리는 차에 스치듯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 새를 치게 될까봐 여러번 가슴이 철렁한 경우가 있었다. 인적이 드물어 밤에 달리는 장거리 트럭들의 희생양이 된 크고 작은 동물들의 사체를 여럿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아침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데 우리는 정동쪽으로 달리다보니 햇살이 정면에서 들어와서 시야가 매우 안좋았다.
처음 휴식과 화장실을 가가위해 잠시 멈춰선 마을. 퍼스에서 동쪽 내륙으로 2시간정도 거리다. 정말 작은 마을인데 예전에 쓰던 마차같은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8시간동안 거의 계속 이런 느낌.
서호주 내륙지역은 오지가 많아 기름을 넣을 수 있을때 미리미리 넣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은데 에스페란스 가는 도로상에는 적어도 2시간마다 주유소가 있는 작은 마을이 계속 있어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주유 게이지가 절반 이하로 내려가면 다시 채워주는 정도면 충분.
9시쯤 웨이브락 도착, 서호주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지만 퍼스에서 4시간 거리인데다 이곳에 볼거리는 웨이브락 딱 하나뿐이라 4시간 거리를 달려올만한 곳인지 확신이 가는 않는 곳.
웨이브락에서 서핑타는 포즈로 사진찍는게 거의 국룰.
웨이브락 주차장에 주차하면 주차비 12불. 우리는 웨이브락 길건너에 무료로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갔는데 2분거리쯤 되려나.
주차장에서 웨이브락 가는 길인데 사진 정면쪽으로 가야함. 우리는 처음에 왼쪽으로 갔다가 아무것도 없어서 되돌아와 잠시 헤맸다.
웨이브락 입구에는 캠핑장이 있어서 장거리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1박을 하고 웨이브락을 배경으로 별사진을 찍는다던지, 해뜰때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느낌의 웨이브락을 온전히 즐기는 경우도 있긴하다.
우리는 어짜피 에스페란스로 가는 길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들를 수 있었는데 파도모양의 바위가 신기하긴 하다. 그런데 규모도 크지 않고 딱 하나의 바위만 있는거라 다 보고 나오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확실히 신기하긴 한데 두번볼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것 하나만 보러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기 힘들것 같다.
웨이브락을 출발하면 에스페란스 까지 다시 4시간의 여정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호주도로라 크루즈 운행으로 엑셀에서 발을 떼고 쭉 달리면 되는 덕분에 장거리 운전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지평선을 보며 달리다 보면 때론 멍해질 때가 있다.
도로변에는 중간중간 차량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터같은 주차공간이 있는데, 쓰레이통 하나 덜렁 있는 경우도 있고 그옆에 야외 테이블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도 12시쯤 돼서 준비해간 김밥으로 도로변 쉼터 주차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운전을 이어갔다.
이번 여행은 와이프와 번갈아 운전했더니 8시간 운전도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다음에도 올 수 있을것 같은 느낌.
에스페란스에 도착한 시간이 2시 15분. 울워쓰에 들러 구워먹을 고기랑 식재료 좀 사고, 캠핑장에 체크인. 사이트를 배정받고 텐트를 치기 시작한 시간이 3시, 텐트셋업을 마무리하고 테이블에 앉아 시계를 보니 4시반.
캠핑장에서 길만 건너면 비치로 연결된다.
올해 완전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 개장한 RAC 에스페란스 할리데이 파크는 호주에서 가본 캠핑장중 최고의 시설임에 확실하다. 적정한 사이즈의 수영장, 카페분위기의 공용식당, 갓 오픈한 티가 팍팍나는 깨끗한 샤워장과 화장실. 전산화가 잘되어서 아주 편리했던 예약시스템과 체크인 절차까지. 다시온다면 확실히 RAC를 다시 이용할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배정된 사이트에서도 바다가 조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