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저성장, 저금리, 노령화라는 사회적 배경하에서 은퇴준비를 위한 자산관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근로자들의 은퇴설계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와 적극적인 노력이 기대된다.
개인들의 재테크 목적이 궁극적으로 은퇴이후의 안락한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함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은 만기 1~3년정도를 기간으로 특별한 목적이 없이 주위에서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투자패턴과 관련해서는 2가지 오류에 주목해야한다. 첫째, 궁극적인 목표인 은퇴시점을 타겟으로한 투자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점, 다시 말해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다고 하겠다. 둘째, 자신의 장기투자전략에 맞는 최적의 자산배분계획이 없고 그때그때의 인기상품을 쫓아다닌다는 점이다.
은퇴자금마련이라는 투자목적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추어진 퇴직연금의 장기자산운용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투자와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살펴보고, 퇴직연금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60세 은퇴시 필요한 금액 수준은?
은퇴자금하면 쉽게 10억을 떠올리지만, 노후생활수준이나 거주지역에 따라서 필요자금의 규모는 매우 다양하다. 현재 30세인 경우, 품위 있는 노후(연간 생활비 2,153만원 수준)를 위하여 은퇴시점인 60세에 필요한 노후자금은 6.6억이며, 이 금액은 30세부터 월 70만원씩 저축하면 달성가능한 금액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2006.2월
위 은퇴자금에 대한 필요금액을 보면 결코 적지않은 금액이지만 대박을 꿈꾸지 않아도 부지런히 노력하면 충분히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은퇴자금을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첫째, 빨리 시작해야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품위있는 노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30세에 시작한다면 월 70만원씩 저축하면 되지만 40세에 시작한다면 월 114만원으로 뛰어 버린다. 은퇴준비를 빨리 시작하려면,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는 현재 근무중인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빨리 도입해서 체계적으로 은퇴자금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특히, DC형 제도를 도입한다면, 가입자인 근로자에게 매년 교육이 제공될 것이므로 이것을 계기로 보다 계획성 있는 은퇴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은퇴자금을 모을 기간이 길기 때문에 1% 수익률의 차이라도 복리효과를 생각하면 최종 목표금액의 차이는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만 목표한 금액을 모을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노후생활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저금리 하에서 예금 같은 상품으로는 은퇴목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최근 예금금리 5%에 물가상승률 4%(예상)을 빼면 실제 금리는 1%에 불과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은 채권투자가 90%를 차지하고 있으나, 해외 주요 연기금들의 자산운용은 주식, 채권, 대안투자가 각각 30%씩으로 골고루 투자되어 있어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크해서 보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국민들의 연금부담액과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수령액과의 괴리는 국민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이 모두가 과거의 단순히 예금에 넣고 잊어버리고 있어도 되던 “저축”방식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자산은 분산하는 “투자”로의 변화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시대다.
2007년에 30세인 근로자가 60세가 되는 2036까지 30년간 복리로 투자한다고 할 때 각 자산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임금상승률을 7.6%로 가정할 때, 예금과 확정금리형 보험상품은 좋은 대안이 되기 힘들어 보인다. 차트를 보면 해답은 주식에서 찾을 수 밖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때 우려되는 부분은 주식의 변동성일 것이다. 흔히, 주식은 위험하다고 말 하는데,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주식이라는 투자대상은 수익률의 변동성이 다른 자산에 비해서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주식의 변동성(위험)에 대한 해결책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최근 몇 년간에 걸쳐서 적립식 펀드의 인기가 뜨거웠는데, 적립식 펀드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장기투자, 분산투자, 적립식투자 방식을 통한다면 주식형 자산에 대한 투자의 변동성(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체험했을 것이다.
장기투자
퇴직연금은 입사 또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시부터 시작해서 은퇴할 때까지 적립하는 것이므로 자연스러운 장기투자가 보장된다. 장기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주식은 오르락 내리락 변동이 심하지만 오른다음엔 내리고, 내린다음엔 결국엔 다시 오르는 반복적인 사이클을 유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평균적인 주가는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장기수익률로 계산해보면 계산기간에 따라 다소 오차는 있겠지만, 연 11~12% 내외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를1985년 2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연수익률을 계산해서 이것의 평균을 구해보면 10.7%가 된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와 유사한 S&P500지수를 1926년부터 2005년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연 12.7%가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20년이상 주식에 장기 투자한 경우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하게 원금손실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3년 투자한 경우에는 잘 알고 있는 바대로 원금손실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것이 두려워 감히 주식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퇴직연금처럼 장기간 투자하는 경우에는 원금손실이 없었고, 투자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그만큼 변동성이 확실하게 줄어드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에도 일부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장기로 투자한다면 원금손실의 걱정은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분산투자
주식이라는 자산에 투자할 때 두번째 원칙은 분산투자인데, DC형 퇴직연금 펀드에 가입한다면 이 펀드에는 주식에 40%이내로 투자하고 나머지 60% 이상을 채권 및 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이루어진다.
채권등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1929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주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은 23번인데, 그 해의 채권수익률을 보면 단 2번을 제외하고는 항상 플러스 수익률을 보여왔다.
다시 말해 주식이 하락한 경우마다 채권수익률이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에 고르게 분산투자된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만큼 수익률 하락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54년에서 2005년까지 주식에만 투자한 경우에는 평균수익률은 10.4%였지만 하락을 기록한 햇수가 12번에 최악의 해에는 -26.5%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식에 20%, 채권에 40%, 현금성자산에 40%로 분산투자했다고 가정하고 매년의 수익률을 다시 계산해 보면 평균수익률은 7.1% 마이너스를 기록한 햇수는 2번, 최악의 수익률은 -0.3%를 기록했다.
분산투자가 얼마나 변동성을 줄여주는지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하면서 분산투자하면 주식이라는 자산의 변동성을 그만큼 더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
퇴직연금은 대부분 매월 일정금액을 급여일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투자된다. 자연스럽게 적립식으로 투자가 되는 것인데,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적립식 투자시 코스트 에버리지 효과(평균단가효과)를 알고 있을 것이다.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언제 펀드에 투자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겠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결국 평균매입가격은 출렁이는 주가의 평균치가 되기 때문에 주가의 수준이 높든, 낮든 관계없이 언제라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적립식 투자의 장점이다. 게다가 동일한 금액으로 일정하게 투자한다면, 주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주식을 적게 사게되고, 주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식을 많이 사게 되기 때문에 평균매입가격은 그만큼 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방법을 알고 나면 주식형 자산을 활용한 투자가 결코 두려워만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노후자금마련을 목적으로한 퇴직연금투자는 20년이상의 장기투자가 가능한 점에서 주식자산을 적극 활용할 때 은퇴목표자금 달성의 가능성이 훨씬 높고, 특히, 장기투자, 분산투자, 적립식투자 방법을 실천하면 주식의 변동성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점도 알게되었다. 이런 투자법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퇴직연금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것이란 점은 이젠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하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