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B형 퇴직연금 운용의 과제
DB형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정적인 자금운용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납부하는 부담금을 재원으로 회사가 운용주체가 되어 운용하는 만큼, 그 운용성과는 기업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재무적으로 플러스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수익성을 추구할 필요성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특히, 연금의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인 기업의 경우에는 운용의 수익성이 미치는 재무적 효과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위험 또는 변동성
자금운용시 고려해야할 위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언제나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변동성 위험이다. 이 때문에 기업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해야할 책임을 지고있는 기업 담당자로서는 확정금리형 상품에 적립금 전체를 투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적극적인 자산배분 마인드와 체계적인 연금운용 체계를 통하여 수익성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이고 계량적인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2. DB형 자산배분의 접근법
2.1 장기투자의 관점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연금인 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등 선진국의 연기금 운용시에는 자산배분의 원칙에 따른 자산운용이 일반적이나 대부분의 국내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자산배분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원리금 보장상품에 일방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장기투자에 대한 이해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자산배분을 적용한 선진국 연기금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자산가치 하락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자산배분을 통한 자산운용시에는 장기적으로 원리금 보장상품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신뢰가 깔려있다.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역사적 이해, 위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근거한 주식투자와 채권(이자지급형)투자의 본질적 차이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 자본시장에 대한 역사적 개괄
•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자산인 주식(지분형투자)과 채권(이자지급형투자)의 역사적 개괄을 살펴보는 것은 올바른 자산배분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다양한 위험들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해야 할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막연한 느낌이나 개인적인 투자경험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합리적인 자산운용을 어렵게 한다.
• 20세기 자본시장 개괄
[그림 : 주식, 채권, 인플레이션, 1926 ~ 2005]
미국 대형주지수와 채권지수의 장기자산가치 곡선을 그려보면, 위와 같다. 대형주지수(Large-company Stocks)의 연평균수익률은 10.4%이고, 채권지수(Government Bonds)는 5.5%로서 심플하게 봐서 대형주지수 수익률이 채권지수보다 4.9%p 더 높다. 차트상으로 봐도 주식의 가치는 일관되게 채권가치보다 높은 상태를 유치하고 있으며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만약 1926년에 대형주와 채권에 각각 1달러씩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2005년이 된 시점에 대형주 가치는 무려 $2,658이 되지만, 채권의 가치는 단지 $71에 그친다.
주식과 채권의 역사적 관계는 이와 같다. 1년간의 투자기간으로 수익률을 측정하면 주식은 최대 316.4%, 최소 -75.9%를 나타냈다. 우리는 대부분 주식의 이런 단기적인 측면만을 알고 있을 뿐, 장기적으로 채권대비해서 꾸준히 높은 수익성을 보여왔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즉, 주식은 단기 수익률은 급등락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채권대비 꾸준히 높은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미국시장을 근거로 살펴본 것이지만, 17개 주요국가의 지난 100년간 주식과 채권의 가격추이를 조사한 Dimson, Marsh, and Staunton의 연구에 의하면 각국 주식과 채권의 평균수익률간의 차이는 5.53%p를 보이고 있다(17개국 데이터 평균치). 즉, 전세계적으로도 주식의 평균수익률은 채권의 그것보다는 5.53%p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다시말해서 주식에 투자할 때가 채권 또는 확정금리상품에 투자할 때보다 장기적으로 연평균 5.53%p정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 주식과 채권(원리금 보장상품)사이의 투자비중
• 주식은 평균수익률이 높지만 변동성이 크고, 채권은 평균수익률은 낮지만 변동성이 작다라는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서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해 보았다. 그렇다면 주식과 채권의 투자비중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 주식이 가진 위험인 변동성은 국가별로 그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작아지는 특징을 보이므로 투자자의 투자가능 기간이 길 수록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 반대로 투자기간이 짧다면 주식에 대한 투자는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 여기서 투자기간이 길다는 것은 어느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주식에 100% 투자한다고 했을 때 역사적 자료를 기초로 보면 20년이상 투자하면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수익 기준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전혀 없게 된다. 즉, 이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20년이상 투자가능한 연기금 자산이라면 주식에 100% 투자해도 된다고 할 수 있겠다.
• 한편, 채권투자시에 고려해야하는 위험에는 물가상승 위험이 있다. 물가상승은 모든 투자대상 및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종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니와, 1~3년정도의 짧은 기간에는 그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단기투자시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연 3.5%의 물가상승률을 가정하면, 20년 후에는 물가가 2배로 올라, 화폐의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물가라는 것은 마치 가랑비에 옷 젓는다는 옛말처럼 참으로 교묘한 위험요소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즉, 장기투자 할수록 물가상승위험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변동성이 작지만 기대수익률도 작은 채권투자에만 의존해서는 적정 수익이라는 투자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럼 실무적으로 이러한 실증적인 투자원칙을 지켜가면서 합리적인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2.2 독립된 운용체계
• 퇴직연금자산을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운용체계를 조직내에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퇴직연금 운용기관이 대형 연금조직인 국민연금과 같은 독자적인 운용인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금의 규모에 맞추어 적절하게 운용하되 다음과 같은 기본구조를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 자산운용 설계와 투자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1)운용위원회와, 투자집행을 담당할 2)자금부서, 그리고 평가를 담당할 별도의 3)평가조직 (연금규모에 따라 운용위원회에서 평가를 담당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일련의 과정을 지원할 4)전문성을 갖춘 퇴직연금사업자가 DB형 자산운용에 있어서의 최소한의 운용체계라고 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3개의 내부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투자설계, 집행, 검토의 각 단계를 통하여 투자운용의 독립성과 상호견제를 통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 다음으로 투자정책서(Investment Policy Statement)라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정책서라는 것은 연금운용안을 처음 설계할 때 기관별 근로자의 연령구조, 재무적 현황 등을 고려해 자산운용 목적에서부터 목표 수익률 수준, 변동성 허용수준 및 운용조직 구성과, 평가방법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계량적으로 기술한 문서다.
• 투자정책서는 운용위원회에서 확정하고 모든 투자의사결정 주체가 이 내용을 공감하여 앞으로의 투자과정이 일관된 원칙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연금운용 전반에 걸쳐 명문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2.3 변동성 관리툴
• 주식과 같은 변동성 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퇴직연금 운용기관의 경우에 매일매일 변동하는 자산의 위험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큰 숙제일 것이다 변동성 위험에 대한 관리방법의 부재가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 이때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관리툴로서 숏폴(Short Fall)이라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최초 투자안 설계시 위험수준을 결정할 때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 예를들면 설계된 자산배분안대로 투자했을 때 향후 자산가치의 예상치을 통계적 방법으로 추정하여 95% 신뢰도 하에서의 최소 수익률이 1년내에는 -10%, 5년내에는 0(제로)%수준을 유지하도록 투자 안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것은 투자집행 1년 경과후 평가수익률이 -10%까지는 적정하다고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 이렇게 함으로써 주식이 몇% 포함되어 있다는 단순한 개념을 벗어나서, 현재의 투자안(포트폴리오)가 통계적으로 어느정도의 손실확률을 가지고 있는지를 위험관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 그리고 그 최소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주식 및 대안투자상품등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킴으로써 투자자는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해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
• 또한 매년말 성과평가시에도 최대 손실확률을 재평가 함으로써 현재의 투자안이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서 투자안을 그대로 유지할지 조정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2.4 포트폴리오 단위의 성과평가
• DB형 퇴직연금의 평가는 포트폴리오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DB형 퇴직연금과 같은 전문적인 투자집행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전체의 기대수익률과 변동성 수준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이고 계량적으로 설정하고 투자안을 설계하므로 동 투자설계안에 따라서 다양항 상품에 분산하여 투자되었다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과 변동성을 측정한 값으로서 평가를 하고 이후의 투자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한다.
• 즉, 개별 상품중 하나에서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예상한 수준이라면 이 투자안은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하며, 성과가 저조했던 개별 투자상품도 포트폴리오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예를들어 평가 시점에서 특정 자산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거나 타 자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조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할 투자의사결정이다.
• 또한 평가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안을 설계하고 집행했다면, 1년 단위 성과평가의 결과는 최초 투자설계안의 적정범위 이내라면 비록 그 절대값이 마이너스인 경우에도 적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수익률의 절대값이 플러스인 경우라도 최초 투자정책서 상에서 목표로 설정한 적정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이것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3. DB형 퇴직연금의 방향
• 국내에 퇴직연금이 도입된 것은 이제 겨우 2년 남짓 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처음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국사례를 벤치마크 해서 그들처럼 전략적 자산배분안에 따른 과학적인 투자를 실천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그러나, 이미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퇴직연금을 도입했고, 금융기법에 있어서 훨씬 앞서있는 선진국의 연금운용에 관한 투자원칙과 기법들은 먼저 도입하는 업체가 그 혜택을 먼저 누리게 될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성장률이 훨씬 낮은 국가에서 운용되는 유수의 연기금들이 장기적으로 두자리수 수익률을 유지하며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투자원칙과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합리적인 투자원칙과 선진투자기법이 우리나라에 조기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퇴직연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퇴직연금 사업자중에서도 검증된 투자전문가를 파트너로 선택한다면 연금운용의 과정은 쉬워지고, 그 성과는 기대하는 목표를 합리적으로 달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