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스에서의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 캐핑장 앞 해변에서 달리기를 하는 와이프를 따라서 졸린 눈을 비비며 드론을 들고 나섰다.
요즘 한창 달리기 운동중인 와이프는 해변 달리기를 하고 나는 조금 걷다가 드론 날리기 연습이나 할 요량이었다.
캠핑장에서 찻길만 건너면 바로 비치라서 접근성은 최고. 에스페란스의 비치 모래는 매우 고우면서도 단단해서 걷거나 달리가가 수월하다.
계획대로 와이프는 해변모래사장을 따라 30분 가량 달리기를 하며 사리지고 난 해변에 남아서 이런저런 드론촬영 연습을 했다. 인생비치를 럭키베이에 가면 인생 드론샷을 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멋진 비치 드론 촬영을 할 수 있을지 몇가지 연습을 해보기 위해서다.
아래는 드론 연습비행 영상.
캠핑장에서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고 이동네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Coffee Cat이라는 곳에서 모닝 커피를 사먹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줄을 많이 서 있던지. 유명한 커피샵이 맞구나. 커피맛은 나랑 와이프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 너무 쓰지도 않고, 산미도 적당하고. 점심먹고나서도 이곳에서 커피를 사와서 먹었는데 이동네 커피샵의 최다 오후 2시면 문을 닫기때문에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그날의 오후 커피는 맥도날드 커피로 대체해야 할 수도 있다.
에스페란스의 커피샵과 식당은 모두 관광지 가격인데, 퍼스 시티에서 4.5불하는 카푸치노 라지 사이즈가 이곳에서는 5불이다.
Coffee Cat이 있는 에스페란스 포어쇼어는 생각보다 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심지어 이곳 바다도 깨끗하고 이뻤다.
그렇게 멋지다는 럭키베이로 가는 길은 에스페란스 타운에서 차로 약 50분. 럭키베이는 국립공원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차량 한대당 국립공원 입장비 일일 입장료 15불을 내야한다. 5일권, 2주권, 연간패스등도 있다. 우리는 일일권을 구매하고 나중에 점심먹고 다시 한번 더 왔는데, 결국 이틀후에 15불 내고 한번 오게된다. 그리고 Albany에서 국립공원들어가느라 입장료를 또 낸다. 이럴거면 최소 5일권을 사거나 할인 사이트를 통해 50% 할인받아 60불주고 연간패스를 사는게 훨씬 나을뻔 했다.
럭키베이를 가는 길은 국립공원답게 가는 길로 나름 운치있다. 두근두근 기대를 안고 럭키베이 비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말그대로 에메랄드빛의 해변은 너무 짙은 남색바다와 그냥 파~판 하늘과 함께 정말 한마디로 #인생비치 였다.
많은 사륜구동 차량들은 차들 끌로 그대로 비치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비치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AWD이지만 정통사륜구동은 아닌 Xtrail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우리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비치로 걸어로 내려갔다.
비치에 내려와 물을 보는 순간 운동화를 신고 온 우리는 럭키베이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다는 걸 느꼈다. 정신없이 사진찍고 동영상 찍고, 운동화는 벗어들고 바닷물을 발을 적시며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는 여태것 본적이 없다. 예전 몰디브에 갔을때도 이정도는 아니였던 것 같은데. 물색이 너무 투명한 옥빛. 모래는 너무도 가늘지만 단단해서 타이어가 전혀 말려 들어가지 않는 그런 해변이었다. 점심먹고 다시오면 차를 몰고 해변으로 들어가도 될것 같다.
정신없이 해변을 걷다가 사람이 비교적 적은 해변 중심부쯤에 신발이랑 드론을 내려놓고 드론촬영을 위한 세팅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드론 조종기에 연결해서 전원을 켜고, 드론을 펼쳐서 전원을 넣고 모래사장에 내려놓은 순간. 멀다고 생각했던 파도에 밀려올라온 바닷물이 우리가 있던 곳까지 한순간에 밀려와 드론을 적셨다. 나는 잽싸게 드론을 집어올렸고 와이프는 동시에 배터리 등이 들어있던 드론박스를 집어 올렸다. 우리신발 두컬레는 바닷물에 두둥실 떠 올랐다. 이 모든것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짐들을 해변에서 더 높은 곳으로 5미터쯤 옮긴다음 물이 살짝 들어간 드론에 전원을 켜보았는데 표시등이 껌벅껌벅 거리더니 제대로 켜지지 않았다. 두번 세번 다시 해봤는데 완전히 먹통.
정말 멋진 드론샷을 럭키베이에서 찍고 싶었는데. 퍼스에서 8시간 달려와서 다시 한시간을 더 들어온 곳인데. 말도 안되는 사고(?)로 드론이 고장나 버리다니. 망연자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텐트로 돌아왔다.
와이프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가져온 헤어 드라이어로 물에 젖었던 드론을 열심히 말렸다. 충분히 말려졌다고 생각된 즈음에 다시 드론을 켜보았는데 뭔가 전기가 들어왔을때 나는 삐빗~ 하는 소리가 나지만 시동이 되지 않았다. 두번 세번 다시 해봤는데 네번째인가 뭔가 표시등이 계속 들어와있는게 이게 되려는가 싶어 바닥에 내려놓고 기다리는데 잠시후 어디신가 타는 냄새. 직감적으로 드론 기판에서 뭔가가 타고 있고나 싶어 얼른 배터리를 꺼내버렸다.
이 드론에 사용되는 3셀 리튬폴리머 베터리라면 충분히 발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드론은 기판에 영구적인 문제가 생긴것 같다. 구매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ㅠㅠ 퍼스 돌아가면 수리가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
준비해온 즉석요리용 김치치즈 복음밥을 먹고 아침에 갔던 Coffee Cat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한잔씩하고 다시 럭키베이로 향했다. 이번에는 반바지로 갈아입고 물에 강한 크록스 샌들도 준비했다.
Cape Le Grand 국립공원안에는 럭키베이 이외에도 3개의 비치가 더 있고 유명한 돌산도 있다.
이번에는 오전에 가보지 않았던 헬파이어(Hellfire Beach) 비치를 먼저 들렀다. 좀 더 작지만 여전히 물색이 이쁘다.
Frenchman’s mountain. 추천 여행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고 하고 정상에 구멍이 크게 뚫려있어 그 사이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멋있다고 하던데 지나가면서 보니 산중턱에 차를 주차해놓고 최소 30-40분은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인듯 싶다. 한번 가보고도 싶었지만 다음 기회에 가는 걸로.
비치 드라이빙…오전에 경험해본 럭키베이의 모래는 매우 고운데 단단해서 발이 전혀 빠지지 않았고 자동차 타이어도 충분히 단단하게 받쳐줄 것 같았다. 결국 아래처럼 차를 타고 비치를 내려갔다. 가끔 세단차량도 비치로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큰 문제가 안될 것 같았다.
오전과 달리 4시쯤의 바다는 꽤 추워서 반팔티위에 준비해간 겉옷을 껴 입었다. 낮에는 비치에 가득차 있던 사륜구동 차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비치가 많이 한산했다. 확실히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20도 정도로 내려가니 남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비치활동을 하기에는 춥게 느껴져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를 돌렸나왔다.
나오는 길에 Whistling Rock이라는 곳을 잠시 둘러보고 나왔다. 생긴걸 보니 바닷바람이 바위를 지나면서 휘슬소리를 낸다는 말인가 보다.
충격적으로 아름다웠던 럭키베이를 뒤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에스페란스가 아기자기한 볼꺼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럭키베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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