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처럼 조금은 급하게 일정을 잡고 출발한 2023 버셀톤 캠핑. 사막성 기후인 퍼스에서 3시간 정도 내려가면 초록이 푸르른 마가렛 리버 지역이 나온다.
시드니 살때는 매년 시드니 남쪽으로 3시간거리인 Baysman’s Bay 지역으로 자주 캠핑을 갔었는데, 퍼스에서는 비슷하게 마가렉 리버지역이 퍼스사람이 자주 찾는 여행지다. 그럴만 한것이 마가렛 리버 지역은 퍼스에서 그리 멀지않으면서도 쉬어가고싶은 여행지로서 갖춰야할 것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예를들면 와이너리, 맥주 양조장, 식당, 주말 Farmer’s Market, 잔잔한 바다와 거친 바다, 농장지역까지. 가볍게 3~4일 쉬다오기에 딱 적당하다.
퍼스에서 출발한지 한시간이 조금 지나고 만두라를 조금 지난 곳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강아지들 쉬라고 Dog Park을 만들어 놨다. 퍼스지역이 매우 Dog Friendly 하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
아래 사진에서 그늘속에 있어 잘 안보이는데 빌리가 화장실간 엄마를 기다리며 넓은 잔디를 마다하고 등보이고 돌아앉아 있다.
버셀톤은 이미 몇번 다녀온 곳이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조금씩 더 구석구석 알아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여행지로서 너무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단지 남반구에서 가장 긴 제티가 있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기자기하게 즐길거리가 꽤 있다.
첫날 점심은 Thai Lemongrass 라는 구글 평점이 아주 좋은 태국식당으로 갔다. 구글 사진으로 봤을때 꽤 고급한 타이식당이라고 생가했는데 막상가보니 우리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류의 타이식당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고 가격은 보통. Dog Friendly하지 않아서 음식은 Takeaway해서 버셀톤 제트앞 해변가 테이블에서 먹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점심시간인데도 빈 테이블이 꽤 있고 주차장도 빈자리가 많이 스트레스 없이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티가 있는 비치앞은 이런 풍경.
점심후에는 버셀톤 비치 오른쪽 끝에 있는 Sensations Café에서 커피한잔 테이크어웨이. 서둘러 캠핑장에 들어가 텐트를 셋업해야해서 느긋한 커피같은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게디가 구글로 검색했을때는 바로 옆에 있는 마리나에 보트를 보면서 쾌적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모던한 커피숍을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가정집(하우스)을 개조한 카페로 조금은 낡은 느낌. 커피는 괜찮았지만 주변에 볼거리도 없고 외떨어진 느낌이라 커피를 그냥 제티 주변에서 먹는편이 나을 듯.
오랜만에 텐트 셋업이였지만 10여년 경력이라 능숙하게 약 20분만에 텐트 셋업. 옆자리 아주머니가 서로 싸우지도 않고 텐트를 금방 쳤다고 감탄하고 감. 하지만 텐트 이후에 팩 박고, 타프치고 팩박고, 텐트가 낡아 비를 대비하기 위해 텐트위에 추가로 타프 덮어주고 팩박고 하는데 한시간 이상 걸린것 같다. 운동이 되긴 한다만 텐트 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 그동안 와이프는 텐트속 에어매트부터 이불, 전기담요, 옷가방, 요리위한 도구들 등등 세팅하느라 한동한 애를 써야했다.
침구류 셋업하는 와중에 에어매트가 터져서 급하게 동네 K-Mart에서 99불짜리 에어매트 구입하는 일까지 발생. 그러고 보니 Busselton은 꽤 큰 마을이라 Coles, K-Mart부터 Anaconda, BCF 등 캠핑용풍점끼지 왠만한 상가가 다 있는 곳이라 다음에 내려올땐 왠만한 장보기는 현지에서 해도 될것 같다. Busselton의 편리한 점이 하나더 추가됐다.
사진에서처럼 가운데 우리텐트 주변으로는 모조리 대형 사이즈의 캐러밴이 자리잡고 있다. 비수기 주중이라 그런데 대부분 Grey Nomad들이었다. Grey Nomad는 호주에서 대형 캐러밴을 끌고 여행을 다니며 사는 은퇴한 노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호주 사람들이 캐러밴을 끌고 호주를 일주하는 것으로 은퇴생활을 시작하는 듯 하다.
아직은 꽤 추운 날씨의 첫날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양쪽 이웃 사이트의 아주머니 들이 지난밤에 안추웠냐고 남는 이불이 있는데 빌려줄까 하고 안부를 물어본다. 겨울에 캐러밴 옆에 텐트를 치고 나면 가끔 그런 질문들을 받는다. 사실 우리는 전기담요에 패널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자서 한겨울에도 나름 텐트에서 잘 지낸다.
아래 사진은 숙소인 RAC Busselton Holiday Park. RAC 체인의 Holiday Park은 Dog Friendly 사이트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캐빈에서는 안되지만 캠핑사이트는 Dog Friendly 지역을 따로 정해놓았다. 그래서 우리사이트 주변으로 전부 크고작은 개들이 한두마리씩 있었다. 밤에 한마리 짖기 시작하면 ㄷㄷㄷ.
텐트 셋업을 마치고 캠핑장에서 가장 가까운, 3분 거리, 개가 갈 수 있는 비치에서 저녁놀을 보며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저녁은 집에서 준비해간 잡채로 푸짐하게 먹었다. 많이 움직여서 인지 숙숙 들어가는게 평소보다 두배정도 먹은듯 하다.
RAC Busselton 의 장점중 하나는 캠핑장 뒷편으로 산책로, 간단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공간, 미니 골프장 등 여유로운 공간이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 캠핑장 안을 안바퀴 돌아도 충분히 산책이 된다.
아래는 캠피장 안에있는 연못과 산책로 주변 풍경.
둘째날 점심은 버셀톤에서 인기많은 수제맥주집중 하나인 Rocky Ridge Brewing Co.에서 맥주 테스팅 세트와 햄버거, 그리고 타코를 먹었다. Rocky Ridge Brewing Co.는 내년에 지금 사는 동네인 Duncraig에 분점을 낸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인 맛있는 맥주집 들어온다고 패북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좋아들했는지. 역시 Dog Friendly 한 곳으로 맥주집에 모든곳을 개와 함께 식사가 가능. 그러고 보니 건물 실내에 식사공간이 없는 곳이긴 했다. 음식은 맛있었고 맥주도 다양하면서 맛있는는 곳이었다. 저녁은 준비해간 뽁음밥과 컴라면.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빌리군. 편하게 엎드리지도 않고 망부석처럼 입구만 쳐다보고 있다.
둘째날도 빌리는 비치에서 신나게 놀고.
셋째날은 조금 떨어진 (40분 거리) 와이너리가 밀집되어 있는 Margaret River에서 열리는 Farmer’s Market를 가보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반려견 동반입장에 안되는 곳이라 한명씩 교대로 들어가서 쓱~ 훑어보기만 했다. Farmers Market은 갈때마다 호주 Vive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 기분도 업되고 구경거리도 있고 가끔 신선한 농산물이나 과일들을 살 기회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모든게 비싸서 구경만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점심은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BBQ. 역시 집에서 시즈닝해서 준비해간 램과 삼겹살. 저녁은 이지역 맛집인 Al Fomo에서 Risotto. Dog Friendly 한 곳이지만 테이블이 매우 적어서 음식은 Takeaway해서 캠핑사이트에서 맘 편하게 먹는걸로.
캠핑장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쉬운 노을이 진다.
마지막날 아침은 역시 또 버셀톤에서 아주 유명한 브런치 카페인 Hummingbird에서. 카페 앞 야외 테이블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 실내는 워낙에 모던하고 밝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어서 시골 관광지가 맞나 싶을 정도.
퍼스로 장거리 이동하기전에 빌리를 비치에서 잠시 놀리려고 제티앞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Busselton 주말 파머스 마켓.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하는 모양. 이곳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덕분에 다 같이 한반퀴 구경.
나와서 이번엔 제티의 오른쪽 해변에서 빌리와 마지막으로 비치산책. 빌리는 모래사장에서 냄새맡고 뛰어노는걸 정말 좋아했다.
제티를 떠나기전 잠시 붕뜬 시간을 이용해 드론 비행.
퍼스로 올라오는 길에 만두라 Cicerello에 들러 조개수프를 먹는 것은 우리에게는 뭔가 빠트리면 안되는 행사같은 일. 일요일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고 음식은 픽업해서 식당 입구 야외 테이블에서 먹음. 빌리랑 자리를 잡으려 했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엄청 인상을 써서 반려견 동반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식당 스탭에게 물어보니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고 함.
이번 여행에서 다시한번 느꼈지만 WA는 반련견 동반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